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종종 '말이 많은 사람'과 '말을 잘하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첫인상이나 모임에서 눈에 띄는 사람은 보통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며, 이를 곧 대화에 능숙한 사람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의 양이 곧 말의 질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말이 많다는 이유로 피곤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말은 적더라도 꼭 필요한 순간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 신뢰를 주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말이 많다’는 것과 ‘말을 잘한다’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는 단지 어휘력이나 유머 감각이 아닌, 말하는 기술, 태도, 전달 방식에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말 많은 사람과 말 잘하는 사람의 차이를 기술, 태도,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나누어 살펴보며, 실제 대화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바람직한 말하기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말 많은 사람 vs 잘하는 사람 : 말의 기술 - 전달력보다 중요한 것은 맥락과 목적
말 많은 사람과 말 잘하는 사람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바로 ‘말의 기술’에서 나타납니다. 말이 많은 사람은 대체로 자신의 이야기나 정보를 무분별하게 나열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대화의 중심이 상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말 잘하는 사람은 상황과 맥락, 그리고 상대의 반응을 고려하여 필요한 만큼의 정보만을 적절히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회의 자리에서 어떤 이가 프로젝트의 배경부터 과거 실패 사례, 본인의 견해, 주변 동료들의 생각까지 장황하게 늘어놓는다면 그는 ‘말 많은 사람’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말하기는 처음엔 정보가 풍부하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핵심이 무엇인지 흐려지고, 듣는 사람의 집중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반면 말 잘하는 사람은 “이 문제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고, 그때는 이런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번엔 데이터 기반 접근이 필요합니다”와 같이 짧은 문장 안에 필요한 정보, 문제 인식, 대안 제시를 명확히 담아냅니다. 이런 말하기 방식은 듣는 이로 하여금 ‘시간을 절약했다’는 느낌과 ‘정리가 잘 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됩니다. 또한 말 잘하는 사람은 말의 순서를 의식적으로 구성합니다. 서론, 본론, 결론이라는 고전적인 구조를 따르지 않더라도, 핵심 내용을 먼저 전달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설명하거나, 먼저 상대의 입장을 확인한 후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식의 전략적 구성이 이루어집니다. 이는 단순히 조리 있게 말한다는 차원을 넘어, 듣는 사람의 이해와 수용을 고려한 배려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말 많은 사람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말의 방향이 상대에게 맞춰지기보다 본인의 감정 해소나 자기표현에 치우치게 됩니다. 말의 기술이 부족하다고 해서 단순히 말을 줄이는 것이 해결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필요한 말만을 정리하고, 그 말이 전달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습관이 진정한 ‘말의 기술’을 높이는 방법이며, 이를 통해 말 잘하는 사람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집니다.
말하는 태도 - 중심은 나인가, 상대인가
말 많은 사람과 말 잘하는 사람의 차이는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 ‘말하는 태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말 많은 사람은 대화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는 반면, 말 잘하는 사람은 대화를 통해 상대와 연결되는 데 집중합니다. 이런 차이는 말투, 표정, 시선 처리, 듣는 방식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나타나며, 궁극적으로 상대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말 많은 사람의 경우, 상대의 말에 개입하거나 끼어들며 자신의 말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나도 그런 적 있어, 근데 난 이렇게 했거든”이라며 자신의 이야기로 전환합니다. 이런 대화 방식은 겉보기에는 친근해 보일 수 있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내 말은 관심 없고 자기 말만 하는구나’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말 잘하는 사람은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그 안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언급한 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갑니다. “그랬구나, 들으면서 예전 내 경험이 생각났어. 혹시 들어볼래?”처럼 질문을 던지며 말의 중심을 다시 상대에게 되돌려 줍니다. 말하는 태도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말의 온도’입니다. 말 많은 사람은 종종 말의 양에 비해 말의 온도, 즉 감정 조절에 서툴러 강한 어조나 직설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는 때로 유머나 솔직함으로 포장되지만, 듣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불쾌감을 안길 수 있습니다. 반면 말 잘하는 사람은 같은 메시지도 더 부드럽고 포용력 있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건 아니야”라는 말 대신 “그 부분은 조금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아”와 같은 표현을 선택함으로써 상대의 체면을 지키고,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말하기가 가능해집니다. 또한 말 잘하는 사람은 말보다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보다 ‘이 말을 해도 괜찮은 상황인가’, ‘지금 이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은 뭘까’를 먼저 생각하고, 필요하다면 말하기를 유보하는 유연함을 가집니다. 말 많은 사람은 침묵을 불편해하고 무조건 채우려고 하지만, 말 잘하는 사람은 침묵을 하나의 대화 도구로 이해하고, 그 틈에서 여유를 만듭니다. 이처럼 말의 태도는 단지 어조와 자세의 문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를 드러내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차이 - 반응을 이끄는가, 반발을 만드는가
말 많은 사람과 말 잘하는 사람은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물에서도 확연히 다릅니다. 말 많은 사람은 말하는 것에 집중하지만, 말 잘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반응에 집중합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은 말하는 이의 의도가 아니라, 듣는 이의 반응으로 완성되는 과정이며, 여기서 ‘센스 있는 대화’와 ‘피곤한 대화’가 갈라지게 됩니다. 말 많은 사람은 자신의 말을 끝낸 순간 대화가 마무리되었다고 느끼지만, 말 잘하는 사람은 상대의 반응을 보며 대화가 어디까지 도달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차이는 대화의 진행 방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웃지 않았는데도 계속 유머를 반복하거나, 반응이 미지근한데도 본인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경우는 말의 흐름이 아니라 자기의 흐름에만 몰두한 결과입니다. 반면 말 잘하는 사람은 상대의 표정, 리액션, 말의 맥락 등을 파악하면서 말의 강도와 방향을 조절합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부분은 ‘상대에게 얼마나 말할 기회를 주는가’입니다. 말 많은 사람은 대화를 독점하는 경향이 있어 상대가 말할 틈을 주지 않거나, 상대의 이야기를 곧장 자신의 이야기로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방식은 상대를 수동적인 듣는 사람으로 만들며, 대화를 교류가 아닌 ‘청취 시간’으로 바꿔버립니다. 반대로 말 잘하는 사람은 말의 주도권을 공유합니다. 상대가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그 말에 반응하며 대화를 이어갑니다. 이런 대화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하고, 서로 간의 신뢰를 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업입니다. 말 잘하는 사람은 말의 내용보다 상대의 상태에 집중하고, 필요한 말만 꺼냄으로써 ‘말을 아끼는 사람이지만 할 말은 확실히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게 됩니다. 반면 말 많은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말이 많지만 무게는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에서 말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이며, 여기에 말 잘하는 사람의 진짜 힘이 있습니다. 말센스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말의 목적, 구조, 태도를 설계할 수 있는 종합적인 감각에서 비롯됩니다. 말 많은 사람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말이 많다는 건 표현력이 풍부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크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인상을 남기는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말 잘하는 사람은 말의 수보다 질에 집중하고, 대화의 핵심을 짚는 감각을 통해 신뢰를 쌓고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습니다. 말하기는 기술이자 태도이며,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이해가 담긴 행위입니다. 오늘 내가 하는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를 한 번쯤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모두 말 잘하는 사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